목회서신


천양운집(千洋雲集)
2026-06-27

  지난 25일(목), 한국축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하면서 조별리그 3위로 내려앉아 북중미월드컵 32강 자력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번 대회부터 월드컵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토너먼트는 16강이 아닌 32강으로 치러지며, 조 3위 12팀 중 성적이 좋은 8팀도 토너먼트에 진출한다고 하니, 우리는 이제 32강 진출을 위해 다른 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우리 한국축구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가는 칼국수 전문 식당에 액자가 하나 걸려 있는데‘천양운집(千洋雲集)’이라는 붓글씨체 한문이 쓰여있습니다. 궁금해서 뜻을 찾아보니‘천 가지의 온갖 좋은 일이 구름처럼 모여든다’는 의미랍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운빨’혹은‘천운’을 말하는가 봅니다. 우리 신자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표현하곤 하지요. 우리 인생사에 실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되는 일들이 분명 있더라구요.

  시오노 나나미 씨의‘나의 친구 마키아벨리(한길사)’라는 책 내용 중에 생각나는 대목이 있습니다. 중세 이탈리아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메디치 가문이 있습니다. 싹을 틔웠던 코시모 데 메디치를 이어 그의 손자 로렌초 데 메디치 때 이르러 꽃을 피우게 되는데, 당시 피렌체공화국 국민들은 로렌초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로렌초가 실력 이전에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래요. 지지자들은 실력이 아니라 천운이 따르는 자가 하늘이 낸 자라면서 지지하고 따랐다는 겁니다. 반대파인 교황청의 사주를 받은 자객들에 의해 동생 줄리어스와 함께 같은 장소에서 암살당할 위기에 놓였는데, 형 로렌초는 칼로 살짝 스치는 정도로 해를 입고 피신했는가 하면 동생은 현장에서 무참하게 살해를 당했답니다. 또 한 번은 집권 시기에 프랑스가 침략을 해왔는데 나폴리공화국의 입장 여부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답니다. 이때도 로렌초는 비무장한 채 시종만 데리고 나폴리 국왕을 찾아가 프랑스가 아닌 자신의 나라 피렌체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어 국가를 위기에서 건지기도 했다는 거예요. 국민들은 이런 로렌초의 행보를 보면서 천운이 따르는 자요, 하늘이 돕는 자라고 인정하며 지지를 보냈답니다. 

  지금 목회서신을 목요일 오후에 쓰고 있습니다만 이 목회서신을 읽고 있는 주일엔 32강 팀 최종 결정이 나 있겠지요? 비단 한국축구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간섭해 주셔야 해결되는 일들이 분명 있습니다. 요행을 바라며 살자는 게 아니라 범사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은혜의 보호막으로 둘러쳐 주셔야 합니다. 이걸 인정하는 게 믿음이기에 우리는 실력도 갖춰야 하지만 동시에 주님의 은혜에 대한 신뢰와 기도, 그리고 예배의 열심이 필요합니다.‘주여! 주의 종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

 

금요일 출근길, 스웨덴의 32강 진출을 부러워하며... 양현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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