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인지상정(人之常情)
2026-08-08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보통의 마음이나 감정을 일컬어‘인지상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묘합니다. 이성으로는 이해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게 막상 내 일이 되면 마음이 먼저 앞서니 말입니다. 서운함이 먼저이고 억울함이 먼저입니다. 그때마다 속으로 이 말을 꺼내 봅니다.“사람이라면 다 그렇지.” 

  살다 보면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하고, 표정 하나에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젊었을 때는‘도대체 왜 저럴까?’하며 상대를 먼저 탓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그 질문은 어느새 이렇게 바뀌었습니다.“저 사람도 사정이 있겠지.”이것이 세월이 가르쳐 준 가장 큰 공부였습니다. 친구의 퉁명스러운 말에 기분이 상한 날이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 종일 마음에 담아 두었을 텐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오늘 저 친구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구요. 이해는 상대를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가족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서 더 서운하고, 더 많이 기대하기에 더 아플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는 말 대신“그럴 수도 있지, 인지상정이니까.”하고 한 박자 쉬어 가면 다툼이 대화로 바뀌기도 합니다. 

  마음은 말보다 빠릅니다. 그래서 바로 붙잡지 않으면 금세 상처를 만들지만 잘 다스리면 상처도 위로가 됩니다. 그러니까 인지상정은 상대를 이해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내 마음을 다독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한 마음도 없습니다. 실수하고 흔들리는 것이 사람의 본래 모습입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세상은 조금 덜 날카로워집니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마음에 걸릴 때 이렇게 혼잣말을 해 보십시오.“그래 인지상정이야. 나라도 그랬을 거야.”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의 매듭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살아보니 세상을 부드럽게 살아가는 지혜는 거창한 데 있지 않았습니다. 사람 마음을 사람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그거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뙤약볕 밑에서 폐지를 정리하는 할머니에게 음료수를 건네드리며... 양현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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