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가까이에 제가 이용하는 헤어샵이 있습니다. 컷트와 염색을 하는 관계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그러다 보니 머리를 다듬을 때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항상 가져가 읽곤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헤어디자이너 분이 제게 묻는 거였습니다.“목사님, 목사님은 왜 항상 일반 책만 갖고 오시고 성경책은 안 가지고 오세요?”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황당하기도 하고 그럴싸한 질문이다 싶었는지 함께 웃었습니다. 질문하는 표정을 보니 진지함도 묻어나 보여서, 이런 대답으로 응수하였습니다. “그러게요? 제가 목사인데 당연히 성경책을 가지고 다니며 읽어야 하거늘, 늘 다른 책을 가지고 와서 읽었네요. 그런데 제가 하나 물어볼께요. 디자이너 분은 미용사니까, 식당에 갈 때 항상 미용가위를 가지고 가서 식사를 하겠네요? 그리고 수영선수는 항상 수용복만 입고 다녀야 되는 거예요?”“아하,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디자이너의 외할머니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외할머니께서 늘 성경을 펴놓고 읽으신 기억이 있어서 목사님께 그런 농담 담은 질문을 했다면서. 자기도 중학교 때까지는 교회에 잘 다녔었답니다. 그러나 이후 공부한답시고, 또 믿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교회 생활이 멀어졌다고 하더라구요. 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권면하며, 목사가 진짜 성경을 안 읽을까 혹시 오해할까 싶어 수년 동안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성경 정독 기록표를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목사로서 어찌 성경을 읽지 않겠어요. 이건 그동안 제가 매일 읽는 성경의 분량과 차례를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제가 성경은 안정된 시간과 환경에서 집중해서 읽어야 하기에 미용실에서는 읽지 않는 거구요.”보여준 목록을 보더니 천진한 표정으로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던 기억도 있습니다.
성경도, 일반 서적도 틈틈이 읽고자 합니다. 시간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간을 내야만 하는 일이고 습관을 들여야 하는 일입니다. 성경은 바른 자세와 맘으로 정독해야 하나님께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여겨지기 때문이고, 책도 건성으로가 아닌 정독을 좋아함은 책과 작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읽으므로 하나님의 심정과 인간의 죄성을 깨닫게 되고, 책(인문학)을 읽으므로 인간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읽기를 멈추지 않고, 배우기를 쉬지 않으며, 성경과 책을 가까이하되 오감으로 대하고자 합니다. 폭염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습니다. 성경과 책을 읽기에 참 좋은 계절입니다.
손자와 헤어샵에서 머리를 다듬으며... 양현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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