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터 닝 포 인 트 10 ②
2025-03-23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바꾼 거대한 발견, 터닝 포인트 10’을 읽으며, 역사에‘만약에’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지만 그래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며, 잠시 생각해 본 내용이 있습니다.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살라미스 해전(주전 480년), 이 전쟁은 역사의 주도권을 유럽에 가져다준 전쟁입니다. 살라미스 해전은 동양으로 대표되는 페르시아와 서양으로 대표되는 그리스(아테네)의 싸움이었습니다. 곧 이 전쟁은 나라 간의 전쟁이라기보다 완전히 다른 두 문명의 충돌이었던 거지요. 그런데 수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막강한 힘과 권력을 앞세워 주변국들을 제압하던 페르시아가 이제 막 민주주의의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그리스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만약 이 해전의 결과가 정반대였다면 어땠을까요? 조금 과장하면 어쩌면 지금의 서양은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리스가 페르시아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면 페르시아는 그리스를 발판삼아 유럽 대륙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면 서방과 동방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9·11 같은 비극도 없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도 흔하게 모스크를 볼 수 있고, 화려한 페르시아 의상을 입은 여인들을 쉽게 만날 것이며, 페르시아어로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 겁니다. 또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는 아름다운 동방의 여인들을 묘사한 작품들이 가득하지 않았을까요? 

  세계를 전쟁의 화염 속으로 빠뜨린 1차 세계대전은 결국 더 큰 불구덩이, 바로 2차 세계대전 속으로 인류를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히틀러라는 인물이 우뚝 서 있습니다. 만약 히틀러가 미술에 대단한 소질이 있었다니 아카데미 시험에 합격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의 모든 에너지를 전쟁에 대한 집착과 유대인에 대한 증오로 써버리는 게 아니라 미술이나 건축에 쏟아부었더라면 수천만 명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일은 적어도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는 히틀러의 흔적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찾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히틀러를 전쟁에 몰두한 광인이 아니라 예술에 심취한 천재로 기억하겠지요? 

  그러나 역사란 참 모를 일입니다. 역사를 통해 배우고, 그 지혜와 안목으로 미래와 희망을 쌓는 일이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거겠지요. 오늘 우리의 발걸음, 지금의 선택이 훗날 자그마한 역사가 되고, 역사로 기록되며,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허투루 살면 안 되겠단 생각을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하나님 앞에 겸손히 은혜를 구하며 우리의 일상을 역사를 읽고, 역사를 기록하며, 역사를 남긴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뭔가 그만큼의 열매는 분명 맺어질 것입니다.

 

교회 화단에 돋아난 새싹들을 매만지며... 양현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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