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엔 가족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테면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과 함께 역귀성을 한 겁니다. 어린아이들을 안고 업고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스타필드, 롯데아쿠아리움 관람은 또 하나의 추억이자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을 방문하여 처음 가본 곳이 있었으니 경복궁이었습니다. 추석맞이 무료입장 기간이라서 더 좋아라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엄청났지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더군요. 마침‘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행사가 있었습니다. 15세기 조선시대 궁궐 문을 지키던 수문장과 수문군의 근무 교대 절차를 재현한 전통문화 행사였는데 당시의 복식, 무기, 의장물 등을 실제와 가깝게 복원한 멋짐과 생생함이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특별행사로‘왕가의 산책’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국왕과 왕비, 왕세자와 왕세자빈이 궁궐을 무대로 산책하는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약식 행사로 보던 것과는 규모나 화려함에서 비교할 수 없는 볼거리였습니다.
서울에서의 가족 여행을 마무리할 즈음, 어느 여 집사님의 다급하게 울먹이는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눈을 감았다는, 믿고 싶지 않은 전갈이었습니다. 지난여름에 등록한 착하고 다정다감하며 따뜻한 성품을 지닌 멋쟁이였습니다. 급하게 내려와 위로예배, 입관예배, 하관예배, 안치예배까지 집례하고 목회서신을 쓰고 있는 지금 두통과 무거움 마음이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제 막 50세, 왜 그리 급하게 떠나야만 했는지 지금도 가슴이 쓰리고 아파트 정자에서 불쑥 나와 목사님하고 인사할 것만 같습니다. 등록하면서 신앙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하며 친구네 부부도 인도했던 참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 같은 아파트라서 출퇴근길에 오고 가며 가끔 만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며 인사말을 건네곤 했지요.“우리 ○○씨 파이팅!”“야, 오늘 더 잘생겨 보인다”“지난 주일 상층예배실에서 반듯한 자세로 예배하는 모습 멋졌어요.”이 인사말들을 상투적인 말로 흘려듣지 않고 목사가 진심을 다해 격려하며 칭찬하는 말로 새겨듣고는 집에 가서 아내에게 오늘은 목사님이 무슨 말을 해주더라면서 그대로 전하곤 했답니다. 그렇게 순수하고 순전한 믿음으로 자라가던 하나님의 아들이었습니다. 부부가 11월에 해외여행 가자며 여권도 갱신했답니다. 그런데 그 여권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되었으니... 따뜻한 봄날에 이 땅에 왔다가 가을을 남기고 훌쩍 떠난 그대, 우리에게 따뜻한 삶과 신앙이 뭔지를 가르쳐줘서 참 고맙소. 그대 잊지 않으리다.
은하수공원에 쉬고 있는 손아래 동서의 묘지를 참배하며... 양현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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